아픔을 넘어서려면(2015.5.24)
손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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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31 11:21
아픔을 넘어서려면 (마가복음 5:21~34)
오늘 본문은 12년간 혈루증으로 큰 고통을 당하던 한 여인이 예수님께 나아와 고침을 받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건은 가버나움 지방의 회당장 야이로의 죽은 딸을 예수님이 고쳐주시는 이야기(막 5:21~43) 중간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는 유대인의 문학적 장치로써 마가복음 저자가 이 여인의 믿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여인이 수많은 인파 속을 지나가시는 예수님께 다가가서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았는데 놀랍게도 혈루병이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당시에 장애인과 이방인, 그리고 여자들은 날 때부터 부정한 사람들로 분류되었습니다. 통념적으로 여자들은 부정했고, 특히 유출하는 여자는 더 부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레위 15장). 유출 중인 여인은 자신이 부정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여인을 만진 사람도 부정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바깥출입도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이 여인이 12년간 의원을 찾아갔어도 아무 효험이 없었고, 그래서 육체적으로 피폐해져 있었지만,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정죄로 인해 더 큰 좌절을 느끼며 살고 있었습니다.
각종 병을 고쳐주시는 예수님에 대해 소문을 듣고, “나도 저 분을 만나서 고침 받고 싶다”고 수 없이 생각하다가도 곧 “난 부정한 여자라서 접근 할 수 없잖아...” 하며 이내 포기하기를 얼마나 했는지도 모릅니다. 같은 마을 가버나움에서 나병환자가 예수님으로부터 고침 받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라고 더 이상 소망을 갖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구나 옷단술(찌찌트, 율법 상징)이 달려있는 유대 남성의 겉옷을 만지는 것은 절대 금기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군중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서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고, 그 즉시로 거짓말처럼 불행의 원인이었던 혈루병이 깨끗이 나았고, 그 동안 유대종교와 사회로부터 받아 온 지긋지긋한 비인간적인 족쇄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27-29).
그 때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30절). 수많은 군중들이 밀치곤 했을 텐데 예수님은 어떻게 자신에게서 치유의 능력이 나간 줄 아셨을까요? 그 여인이 몸을 만진 것도 아니고 그 옷에 손만 대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누군가 예수님의 옷자락을 잡은 것이 남 다르게 절박함을 느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오직 한 사람, 절망하고 있는 한 사람 그 여인, 그 여인의 간절한 믿음을 느끼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 믿음의 여인을 돌아보셨습니다.
33절에 보면 “여자가 자기에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두려워하며 떨며 와서 그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여쭈니” 라고 말하는데, 이 여인은 종교적, 사회적 분위기로 보아서 다시 한 번 냉대를 받을 수도 있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34절). 이 말은 ‘하나님의 자녀로 든든히 서라, 정함 가운데 나아가라, 번영과 번성을 향해 가라’고 하는 축복의 선포입니다. 이제 이 여인은 더 이상 부정한 사람이 아닌 거룩한 사람,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은 자녀,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사회적, 일반적 통념으로 인해 꿈과 소망과 간절한 소원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 어떤 사람이나 정치•사회 구조로도 그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직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죄와 각종 부정함과 인간의 통념을 상쇄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믿음으로 나아와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붙드는 믿음의 사람과 함께 하십니다. 그들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과 딸입니다. 오늘(성령강림주일) 그 분이 우리에게 거룩한 영을 부어주십니다. 간절함으로 그 분을 찾고 그 분의 임재를 바라는 사람,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나님의 거룩한 영으로 함께 하십니다. 2천 년 전의 오순절 성령감림이 오늘 우리에게 다시 임하고, 하나님의 거룩한 성령의 능력으로 회복되고 번성하는 삶이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