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풍요로운 삶 (시편 23:1~6)
시편 23편은 모든 신자들이 좋아하고 애송하는 성경의 대표적인 시(詩)입니다. 그 이유는 이 말씀에 목가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평온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생존하기 위해서 주변 환경과 치열하게 싸우는 삶의 무게만 느껴집니다. 시편 23편은 평생에 걸쳐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다윗이 읊었던 ‘人生 詩’입니다. 다윗의 삶은 모든 면에서 부족감을 한없이 피부로 체감한, 한마디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걷는 인생’이었습니다. 그런 다윗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노래합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오만이 아닐까요? 차라리 야곱처럼 “내 나그네의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열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 47:9)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인간적이고 솔직한 고백이 아닐까요? 그런데 다윗은 어떻게 해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요? 이 고백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1) 다윗은 ‘여호와’를 바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 다윗이 살고 있었던 가나안에는 하나님에 대한 많은 표상들이 충돌하면서 하나님 신앙 형성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농경사회에 생명과 같은 비를 가져다주는 젊은 폭풍의 신(神) ‘바알’이 있었습니다. 풍요의 여신 ‘아스다롯’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신들이 있었습니다. 가나안 사람들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알과 아스다롯 등을 ‘여호와’ 대신 하나님으로 섬겼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여호와”를 하나님으로 인식하고 절대적으로 의지했습니다. ‘여호와’가 이스라엘의 하나님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라면, ‘하나님’이란 말은 유일하신 하나님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호와 그는 유일한 신이시다’라는 뜻입니다. 다윗이 ‘여호와’라고 부른 것에는 바로 이러한 ‘유일신앙관’이 암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2) 다윗은 여화와를 ‘목자’라고 노래합니다 : 여기서 “목자”는 은유적 표현으로서 ‘왕’을 의미합니다. 다윗 왕은 자신의 목자이자 왕이신 하나님을 시인하고 있습니다. 한편 “목자”는 유목민인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생생한 비유입니다. 다윗은 목동으로 살면서 여호와께서 어떻게 자신의 목자가 되셔서 필요를 채우시고, 양처럼 한 없이 약한 자신을 어떻게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지를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양은 목자와의 ‘관계’ 안에서만 참된 안식을 경험합니다. 양은 직접적으로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하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목자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기만 한다면 그 모든 염려가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3) 그래서 다윗은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고 노래합니다 : 이것은 역설입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제로 부족하게 살았습니다. 여호와가 목자이기에 부족한 게 없다는 다윗의 진술은 먹고사는 문제가 실제로 넉넉해진다는 말이 아닙니다. 단지 인생살이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힘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압도적인 능력으로 인해 ‘생명의 풍요로움’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지배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풍요롭다는 것은 실제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풍요로운 사람은 바울처럼 ‘자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빌4:11~13). 풍족하든 부족하든 자족하게 하고, 영혼의 풍요로움을 누리게 하는, 우리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힘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1~33) 이 말씀은 하나님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은 다른 것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하나님 나라 밖에서는 참된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믿음이란 ‘여호와’를 하나님으로 삼고, 하나님이 주시는 ‘영혼의 풍요로움’을 채우는 것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목자이신 예수님만을 절대적으로 의지하면서 영혼의 풍요로움을 누리며 사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을 갈망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으로만 만족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영혼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믿음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이 주시는 ‘실제적인 복’(시편 23:2~6)이 따라옵니다. ❶일용할 양식과 일상의 필요들이 채워집니다(2절). ❷영혼의 평온함과 구원의 길을 걷게 됩니다(3절). ❸생명의 안전과 보호, 그리고 정서적인 안정을 누리게 됩니다(4절). ❹원수들과 경쟁자들 앞에서 보상해 주시고, 통쾌하게 역전 시켜 주십니다(5절). ❺영원한 안식과 쉼을 누리게 됩니다(6절).